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쉽게 이해하기
쉽게 말해 CAPE는 시장 전체가 평년 실력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재는 자다. 정식으로는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Shiller P/E), 주가를 직전 10년 인플레이션 조정 평균 이익으로 나눈 장기 밸류에이션 지표다. 2026년 6월 현재 미국 S&P 500의 CAPE는 약 41배로 장기 중앙값 16배의 2.5배이고, 역대 최고는 1999년 12월의 44.2배다. 시장의 높이를 재는 자이지, 하락 시점을 알려주는 시계가 아니다.
1. 손으로 직접 권리금을 매겨본다
단골 식당을 인수한다고 해봅시다. 권리금은 "연 이익의 몇 배"로 매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산하려니 문제가 생깁니다. 어느 해 이익을 기준으로 잡아야 할까요. 답을 외우는 대신, 직접 권리금을 손으로 매겨 보겠습니다.
1.1 한 해 성적으로 매기면: 그 해 날씨에 휘둘린다
작년 이 가게는 월드컵 거리응원 특수로 이익이 8,000만 원이었습니다. 재작년은 앞 도로 공사로 손님이 끊겨 1,000만 원이었습니다. 같은 가게인데 기준 연도에 따라 이익이 8배 차이납니다. "이익의 10배" 권리금이라면 가게값이 8억과 1억 사이를 오갑니다.
출처: 가상 시나리오
여기서 두 수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평년"(4,200만)은 특수도 악재도 없는 보통 한 해의 성적이고, "10년 평균"(4,000만)은 월드컵 대박과 공사 흉년까지 다 섞어 평균낸 값입니다. CAPE가 쓰는 것은 뒤쪽, 즉 대박년과 흉년을 모두 포함한 10년 평균입니다.
월드컵 해 이익으로 매기면 가게가 싸 보이고, 공사 해 이익으로 매기면 비싸 보입니다. 한 해 이익에는 가게의 실력만이 아니라 그 해의 날씨까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 성적은 그 해의 경기와 운에 휘둘립니다.
1.2 10년 평균으로 매기면: 평년 실력이 남는다
답은 대박년도 흉년도 아닙니다. 둘을 함께 평균낸 10년 평균 이익이 가게의 평년 실력입니다. 대박과 흉년이 서로 상쇄되어, 가게의 진짜 체력만 남습니다. 위 가상 가게의 10년 평균은 4,000만 원, "평년 실력의 10배"로 매기면 권리금은 4억으로 안정됩니다.
핵심 대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작년 이익 기준(일반 P/E): 그 해의 경기와 운에 휘둘린다. 대박년 기준이면 싸 보이고, 흉년 기준이면 비싸 보인다
- 10년 평균 기준(CAPE): 대박과 흉년이 서로 상쇄되어 평년 실력이 남는다
- 결론: 가격표는 한 해 성적이 아니라 평년 실력 위에 매겨야 한다
방금 손으로 매긴 "10년 평균으로 매긴 권리금 배수", 이것이 바로 CAPE입니다. 주식시장 전체에 적용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2. 방금 잰 게 CAPE다
2.1 CAPE의 정의와 공식
1장에서 정의를 외우는 대신 직접 손으로 권리금을 매겨 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공식부터 보면 추상적이지만, 직접 매겨 보면 CAPE는 곧 상식이 됩니다. 1.2에서 가게의 평년 실력(10년 평균 이익)으로 매긴 권리금 배수가 그대로 CAPE입니다.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 Ratio,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주가(지수)를 직전 10년의 인플레이션 조정(실질) 평균 이익으로 나눈 비율.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 쉴러 P/E(Shiller P/E)라고도 부릅니다.
1.2의 비유로 치면 "10년 평균 이익으로 매긴 권리금 배수"입니다. 분자(주가)는 그대로 두고 분모(이익)만 10년 실질 평균으로 바꾼 P/E입니다.
주가(지수) ÷ 직전 10년 실질 이익의 평균
"인플레이션 조정"이 들어가는 이유는 10년 전 1달러와 오늘 1달러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0년치 이익을 오늘 물가로 환산해 평균냅니다. 출처: Multpl
2.2 누가 왜 만들었나
10년 평균이라는 아이디어는 새것이 아닙니다. 1934년 그레이엄과 도드는 『증권분석』에서 한 해 이익이 경기순환에 좌우되니 5~10년 평균 이익으로 나누라고 권고했습니다. 1988년 캠벨과 쉴러가 이를 "10년 실질 평균 이익 대비 가격"으로 정식화했고, 쉴러는 자산가격 분석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Wikipedia).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CAPE는 개별 종목이 아니라 주로 시장 전체(S&P 500 같은 지수)에 적용하는 지표입니다. 매일 갱신되는 값은 Multpl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2.3 일반 P/E와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일반 P/E (trailing) | CAPE |
|---|---|---|
| 분모 | 직전 1년 이익 | 직전 10년 실질 평균 이익 |
| 민감도 | 경기·일시 이익에 민감 | 사이클 평탄화 |
| 적용 대상 | 개별 종목 + 시장 | 주로 시장(지수) |
| 용도 | 현재 이익 대비 가격 | 장기(10~20년) 기대수익률의 좌표 |
1.1에서 한 해 이익이 그 해 날씨에 휘둘렸던 것이 일반 P/E이고, 1.2에서 10년 평균으로 평탄화한 것이 CAPE입니다. 분모를 어디까지 늘리느냐의 차이가 두 지표를 가릅니다.
3. 현실에서 CAPE를 읽는다
단골 가게가 아니라 실제 미국 시장에서, 1부에서 손으로 한 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봅니다. 일반 P/E가 거짓말하는 순간, 자국 역사 위에서 읽는 법, 한국 독자의 좌표, 그리고 흔한 함정까지 차례로 검증합니다.
3.1 일반 P/E가 경기 바닥에서 거짓말할 때
2009년 금융위기 바닥에서 일반 P/E는 123.7배, 역사상 가장 비싸 보였습니다. 같은 위기 바닥 국면의 CAPE는 13.3배, 역사적으로 가장 싼 구간이었습니다. 한쪽은 "도망쳐"라 했고, 한쪽은 "평년 실력 대비 싸다"라 했습니다.
출처: Multpl, in2013dollars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금융위기로 기업 이익이 붕괴하면서 일반 P/E의 분모(직전 1년 이익)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분모가 무너지니 비율이 치솟아 시장이 비싸 보였습니다. 1.1의 "공사하던 해 이익으로 권리금을 흥정"하는 상황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반면 CAPE는 10년 평균을 쓰니 한 해의 붕괴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이후 10년 강세장 기준) 좌표를 맞게 읽은 쪽은 CAPE였습니다.
💡 핵심: 분모가 한 해 이익이면 경기가 분모를 흔듭니다. CAPE는 분모를 10년으로 늘려 경기의 착시를 걷어냅니다.
이것이 「AI 버블은 얼마나 위험한가」 2편이 AI 버블의 높이를 잴 때 CAPE를 핵심 자로 쓴 이유입니다. 한 해 이익의 착시를 걷어내고 "시장이 평년 실력의 몇 배에 거래되는가"를 재기 위해서입니다. 2026년 6월 현재 CAPE는 40.87, 장기 중앙값 16.09의 약 2.5배입니다 (Multpl, 자체 계산).
3.2 자국 역사 분포 위에서 읽는다
CAPE에는 "20배면 비싸다" 같은 절대 기준이 없습니다. 그 시장의 역사 분포 위에서 읽습니다. 미국 시장의 장기 평균은 17.38, 중앙값은 16.09, 역대 범위는 최저 4.78(1920년 12월)에서 최고 44.19(1999년 12월)입니다 (Multpl).
출처: Multpl, in2013dollars
현재 40.87은 역대 최고의 92% 높이입니다. CAPE가 40을 넘어본 것은 1999~2000년 닷컴 정점기와 지금(2025~2026년)뿐입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정점도 32.56으로 40에는 못 미쳤습니다 (Multpl by-year, in2013dollars).
CAPE는 매일 갱신됩니다. AI 버블 리서치 2편 발행 시점에는 41.72였고 이 글 기준일(2026년 6월 10일)에는 40.87입니다. 글마다 수치가 조금 다른 것은 오류가 아니라 시점 차이입니다.
| 시점 | CAPE | 이후 전개 |
|---|---|---|
| 1929년 9월 | 32.56 | 대공황 |
| 1999년 12월 | 44.19 (역대 최고) | 닷컴 붕괴 |
| 2007년 1월 | 27.21 | 금융위기 |
| 2009년 3월 | 13.32 | 10년 강세장 시작 |
| 2021년 11월 | 38.58 | 2022년 조정 |
| 2026년 6월 | 40.87 | ? (현재) |
출처: Multpl, in2013dollars
역사 분포에서의 위치 읽기
| CAPE 범위 | 역사 분포에서의 위치 | 비고 |
|---|---|---|
| 16 미만 | 역사 하단 | 중앙값 아래 = 역사의 절반보다 싼 구간. 2009년 바닥(13.32)이 여기 |
| 16~25 | 중앙값 상회 | 싸지 않다는 뜻이지 위험 신호는 아님 |
| 25~35 | 역사적 고평가 | 쉴러: 25 초과는 1929·1999·2007년 부근뿐이라 경고(2014년) |
| 35 이상 | 극단 구간 | 1999~2000(44.2), 2021(38.6), 현재(40.9)만 도달 |
출처: Multpl, Wikipedia. 이 표는 매수·매도 신호가 아니라 역사 분포에서의 위치 분류입니다
용도는 타이밍이 아니라 장기 기대수익률
CAPE의 검증된 용도는 10~20년 장기 기대수익률의 보정입니다. 20세기 평균 CAPE 15.21은 이후 20년 연평균 약 6.6% 수익률에 대응했고, CAPE가 높을수록 이후 10~20년 기대수익률은 낮아지는 역관계가 확인됩니다 (Wikipedia).
즉 CAPE 40.87이 말하는 것은 "내일 떨어진다"가 아닙니다. "이 높이에서 출발하는 장기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낮았다"입니다.
3.3 한국 독자의 좌표: 국가별 CAPE
같은 시점에 미국 CAPE는 34.7, 한국은 21.2입니다. (아래 미국 34.7은 3.1~3.2에서 본 40.87과 출처·집계 시점이 달라 차이가 납니다. 이유는 표 아래에서 설명합니다.) 그럼 "한국이 싸니까 한국 주식을 사면 되겠네"일까요? 그렇게 읽으면 안 됩니다.
출처: Siblis Research
국가마다 회계기준, 산업 구성, 역사적 평균이 다릅니다. 은행과 제조업 비중이 큰 시장은 구조적으로 CAPE가 낮게 나옵니다. 그래서 CAPE는 국가 간 직접 비교가 아니라 자국 역사 평균 대비로만 읽어야 합니다 (Siblis Research). 한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낮은 멀티플에 거래되는 배경은 PBR 글에서 다룬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같은 줄기입니다.
한 가지 더, 위 표의 미국 34.73이 3.1~3.2에서 본 40.87과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산출 기관마다 대상 지수와 집계 시점이 달라 수치가 다릅니다. CAPE를 비교할 때는 반드시 한 출처 안에서 비교해야 합니다.
올바른 읽기는 이렇습니다. "한국 21.2가 미국 34.7보다 싸다"가 아니라, "한국은 한국 역사 평균 대비 어디에 있고, 미국은 미국 역사 대비 어디에 있는가"입니다.
3.4 흔한 함정 3가지
함정 1: "CAPE 40이면 곧 폭락한다"
CAPE가 역사적 고점이니 시장이 곧 떨어진다고 해석하는 것, 가장 흔하고 가장 비싼 오독입니다. CAPE는 높이를 잴 뿐 시점을 모릅니다. 고평가 상태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1996년 12월 5일,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습니다. 직전 5년간 미국 증시가 +126% 오른 상태였고, 1997년 1월 CAPE는 28.33으로 이미 장기 평균의 1.6배였습니다 (Wikipedia, Staude Capital). 그런데 그 후 CAPE는 28.33에서 1999년 12월 44.19까지 56% 더 오른 뒤에야 붕괴했습니다 (Multpl, 자체 계산).
경고는 옳았지만 3년 일렀습니다. 경고 시점에 전량 매도했다면 이후 3년의 상승을 통째로 놓쳤을 겁니다. AI 버블 리서치 2편이 CAPE를 매도 신호가 아니라 좌표 측정에 쓴 것이 정확한 용법입니다.
CAPE는 고도계이지 경보기가 아닙니다. 1996년 경고(CAPE 28) 후에도 시장은 3년을 더 올랐습니다. 높이는 위험의 크기를 말하지, 추락의 날짜를 말하지 않습니다.
함정 2: "1929년의 30배와 오늘의 30배는 같은 눈금이다"
140년치 CAPE를 같은 자로 보고 "장기 평균 17로 회귀할 것"이라 단정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눈금 자체가 변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 회계기준 변화: 제레미 시겔은 1990년대 회계기준(GAAP) 개정으로 현대 기업의 이익이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계산되어, CAPE가 높게 나오는 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Knowledge at Wharton)
- 금리: CAPE는 금리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저금리 시대에는 더 높은 멀티플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고, 쉴러 본인도 이를 수용해 CAPE 역수(이익수익률)에서 실질 금리를 뺀 ECY(Excess CAPE Yield, 초과 CAPE 수익률)를 고안했습니다 (Project Syndicate)
다만 반대쪽 균형도 필요합니다. "이번엔 다르다"는 모든 버블의 단골 내러티브이기도 합니다. 눈금 보정을 다 인정해도, 현재 40.87이 최근 20~30년 분포 안에서도 최상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CAPE의 눈금은 회계기준과 금리에 따라 시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평균 17 회귀" 단정도, "이번엔 달라서 40이 정상" 단정도 둘 다 위험합니다.
함정 3: "성장주 개별 종목에도 CAPE를 들이댄다"
CAPE가 좋은 지표라니 개별 종목도 10년 평균 이익으로 평가하면 될까요? 안 됩니다. CAPE는 시장(지수) 단위 지표입니다. 지수는 수백 개 종목의 이익이 서로 상쇄되며 사이클이 평탄화되지만, 개별 기업, 특히 고성장 기업은 10년 전 이익이 현재 사업과 무관합니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는 직전 10년 안에 적자 시절이 포함됩니다. 10년 중 상당 기간이 적자였다면 흑자와 적자가 서로 상쇄돼 평균이 0에 가까워지고, 0에 가까운 수로 나누면 값이 무한대로 튀어 계산값이 의미를 잃습니다. 이것은 "비싸다"는 정보가 아니라 "도구를 잘못 골랐다"는 신호입니다. 개별 종목은 P/E와 멀티플 체계로, 시장 전체의 좌표는 CAPE로 봅니다.
CAPE는 시장의 자이지 종목의 자가 아닙니다. 10년 전 적자였던 고성장 기업에 10년 평균 이익을 들이대면 답이 아니라 잡음이 나옵니다.
- CAPE = 주가 ÷ 직전 10년 인플레이션 조정 평균 이익. 경기의 대박과 흉년을 평탄화한 P/E입니다.
- 일반 P/E는 경기 바닥에서 거짓말합니다. 2009년 P/E 123.7 vs CAPE 13.3, 결과적으로 맞은 쪽은 CAPE였습니다.
- 2026년 6월 현재 미국 CAPE는 40.87. 장기 중앙값 16의 2.5배이고, 40 초과는 닷컴 정점기와 지금뿐입니다.
- 높다고 바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1996년 경고(CAPE 28) 후에도 시장은 3년 더 올랐습니다. 용도는 타이밍이 아니라 장기 기대수익률의 좌표입니다.
- 국가 간 직접 비교 금지, 개별 종목 적용 금지. CAPE는 자국 역사 분포 위에서 시장 전체를 재는 자입니다.